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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폭력의 그림자 드리운 집, 얼룩진 마지막 울타리

1366강원센터 0 194 07.30 15:44

[We+] 코로나19에 무너지는 가정
가정폭력 신고건수 2015년 대비 113% 급증
피해사례 압도적 비율 여성 집중, 폭력 무방비
노인학대 증가 불구 전용쉼터 도내 한 곳 뿐
폭력 피해 아이들 2차가해 두려워 신고 기피
전문가 “가정폭력, 개인 아닌 사회 문제·범죄
민관경 협업 피해자 중심 맞춤형 지원 필요”


강원도내 가정폭력이 늘고 있다.폭력이 횡행하는 가정은 더이상 안식처가 아니다.각박한 현실 때문인가.분노는 사회가 아닌 가족을 향하고 있다.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이 같은 상황을 더욱 부채질했다.가정이 쓰러지면 사회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코로나19사태 2년.2021년 강원도내 위기의 가정을 진단한다.

■ “폭력에서 단 하루라도 벗어나고 싶어요”

홍천에 사는 김민아(48·가명·여)씨는 이혼의 아픔이 있다.25살 어린 나이에 첫 결혼을 한 김씨는 매일 같이 반복되는 남편의 폭력으로 3년 만에 이혼을 했다.다시는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6년 전 새로운 사랑이 찾아왔다.자상함에 반한 그는 재혼을 했다.이번 남편만큼은 절대 폭력을 쓰지 않을 것만 같았다.부부는 작은 식당을 꾸려가며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코로나19 사태로 식당 매출이 반토막이 나면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했다.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남편이 배달 중 사고를 당해 큰 부상을 입으면서 식당 문도 닫아야 했다.생활고에 쪼들리고 남편은 술에 의존했다.급기야 김씨를 상대로 폭력과 욕설,자해위협까지 서슴지 않았다.김씨는 수차례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그때뿐이었다.경찰이 떠나면 또다시 폭력은 반복됐다.김씨는 “두 번째 결혼만큼은 다를 줄 알았는데 하루하루가 지옥 같다”고 호소했다.

■ 가정폭력 신고 방법도 모르는 이주여성들

가정폭력은 이주여성에게 더욱 가혹하다.남편에게 맞아도 신고할 방법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지난 2015년 결혼한 캄보디아 이주여성 멧꼰따나(32·가명·강릉)씨는 7년 동안 남편의 폭력에 시달렸다.어린 나이에 한국 땅을 밟은 멧꼰따나씨는 캄보디아와 전혀 다른 문화,언어,성격,생활양식 등으로 한국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하지만 남편은 도와주기는커녕 폭력으로 멧꼰따나씨를 통제하려고 했다.

결혼생활 7년 만에 멧꼰따나씨는 경찰에 신고했다.코로나19 여파로 남편이 실직하면서 가정폭력이 더 심해졌기 때문이다.더욱이 남편의 폭력은 멧꼰따나씨 뿐만 아니라 어린 자녀들에게까지 이어졌다.112도 몰랐던 그는 이웃의 도움으로 경찰에 신고를 할 수 있었다.현재 멧꼰따나씨는 가정폭력센터에서 6개월간 심신회복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으며,아이들은 극도의 불안과 두려움을 느껴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여성과 노인들

강원도내 가정폭력 상담건수는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지난 2015년 3696건,2016년 4722건,2017년 5289건,2018년 4524건,2019년 6691건 등으로 집계됐다.코로나19가 강원도를 강타한 지난해엔 무려 7884건으로 나타나 전년 대비 17.83% 올랐으며,2015년과 비교했을 땐 113.31%나 급증했다.

가정폭력의 피해자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집중됐다.도내 가정폭력 피해자 현황을 보면 지난 2018년의 경우 여성이 1792명(90.32%),
남성이 192명(9.68%)으로 나타났다.2019년 역시 여성 2137명(87.6%),남성 302명(12.4%)으로 집계됐으며,2020년엔 여성 2003명(77.16%),남성 593명(22.84%)으로 기록됐다.남성 피해자가 증가 추세를 보이긴 하나 압도적으로 여성이 가정폭력에 무방비로 당하고 있는 셈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가정폭력은 노인에게까지 미쳤다.도내 노인학대 신고건수는 지난 2018년 1066건에서 2019년 1172건으로 소폭 올랐지만 지난해엔 1572건으로 전년 대비 34.13%나 올랐다.하지만 신고 건수에 비해 노인들이 학대를 피해 머무를 곳은 부족하다.학대피해노인전용쉼터는 도내에 단 한 곳밖에 없다.그마저도 정원이 7명뿐이어서 대부분의 학대피해 노인들은 또다시 폭력의 공간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다.

■ 아동학대,반복되는 폭력에 신음

최재원(8·가명·동해)군은 지적장애 2급이다.한 부모 가정에서 자란 최군은 제대로 된 돌
봄을 받지 못했다.그의 유일한 가족인 어머니는 알코올 의존증 환자였다.집에 잘 안 들어오는 건 물론이고 툭하면 아이를 체벌했다.최군이 다니던 어린이집 선생은 최군의 얼굴에 난 상처를 보고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했다.조사 결과 아동학대 판정이 나왔고 6개월간 분리조치가 됐다.1년 전 최군은 다시 집으로 돌아갔지만 학대는 이어졌다.이웃 주민의 신고로 다시 분리조치가 이뤄졌고 최군은 현재 쉼터의 보호를 받고 있다.하지만 방치된 아이의 상처는 깊었다.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지만 글을 쓰고 읽을 줄을 몰랐다.집중력도 또래 아이들과 비교해 현저히 떨어졌다.센터 측은 검사를 진행했고 최군은 후천적 지적장애 판정을 받았다.어머니의 학대가 평생 후유증으로 이어진 셈이다.

가정폭력 신고 자체를 꺼리는 사례도 많아 피해정도를 가늠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아동보호기관에서 신고해도 2차폭력을 두려워하는 가족들로 인해 제대로된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춘천의 지역아동센터관계자는 “아버지로부터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하는 경우가 있는데 신고해도 또다시 폭행 당하는 것이 두려워 아예 말을 안하는 사례도 많다”며 “이럴 경우 아이들은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신고한 기관만 난처해지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아동학대는 끊이지 않고 있다.도내 아동학대 확정판정 건수는 2018년 1216건,2019년 1521건,2020년 1133건으로 집계됐다.전년 대비 400여 건 가까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코로나19 여파로 학교와 어린이집 등 교육시설 방문에 제약이 생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아동들의 경우 스스로 신고를 하기 어렵기 때문에 상당수의 신고는 교육시설을 통해 이뤄진다.이런 상황에도 지자체는 아동학대 문제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아동학대 조사와 보호체계 공공화 작업이 시작된 지 1년이 가까워지고 있지만 여전히 아동학대 전담공무원 임용이 안 된 지자체가 수두룩하다.춘천,원주,속초,정선,철원,화천,고성 등 7개 시군에는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단 한 명도 없는 실정이다.강원동부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보건복지부가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을 2023년까지 배치하라고 했으나 많은 지자체에서 배치를 미루고 있고,인원과 예산도 제한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제2의 정인이 사건이 일어나면 안 되지만 지금 상황으로 볼 땐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 가정폭력 사회적 문제…민관경 협업체계 중요

가정폭력은 더 이상 가정 안에서 만의 일이 아닌 사회적 문제라는 얘기가 나온다.따라서 정부와 사회가 적극적으로 가정폭력 문제에 대해 진단을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춘천가정폭력·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가정폭력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이고,사회적 범죄”라며 “민간과 지자체 그리고 경찰이 함께 협업체계를 공고히 해 지켜보고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김성숙 여성긴급전화1366 강원센터장도 “사회가 적극 가정폭력 문제에 대해 발굴하고 진단해야 한다”며 “지역사회 내에서 민관경 협업을 통해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잘 듣고 그들에 맞게 서비스를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피해자 중심의 성인지 감수성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윤은소 강릉가정폭력·성폭력상담소장은 “가해자 조치보단 피해자 중심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성인지 감수성을 키워야 하는데 지금도 충분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점검해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밝혔다.

출처 : http://www.kado.net/news/articleView.html?idxno=108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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