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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중범죄 비율 80% 넘는 데이트폭력..."법제화로 피해자 보호해야"

1366강원센터 0 77 2020.12.29 18:46
데이트폭력 문제가 매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면서 제대로 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전문가들은 '사랑싸움'으로 치부되는 데이트폭력과 관련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해 관련 입법활동을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근 한 인터넷 방송인(BJ)이 남자친구로부터 데이트폭력을 당했다며 상처 입은 얼굴·목·팔 등의 사진을 공개해 사회적 이슈가 됐다. 지난해에는 가수 구하라 씨가 데이트폭력과 리벤지 포르노 등의 피해로 우울증을 겪다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하는 일도 있었다.

근래 들어 데이트폭력 사건은 신문의 사회면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데이트폭력은 통상 연인 사이에서 생기는 육체적·언어적·정서적 폭력행위를 일컫는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데이트폭력 신고 건수는 2017년 1만4136건, 2018년 1만8671건, 지난해 1만9940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올해도 지난 8월을 기준으로 벌써 1만3118건이나 접수돼 지난해보다 신고 건수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폭행·상해부터 성폭력·강간까지 중범죄 비율이 83%

데이트폭력의 범죄 강도 역시 상당히 높다. 통계청 통계플러스(KOSTAT) 가을호에 실린 '데이트폭력의 현실, 새롭게 읽기' 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데이트폭력 신고 중 폭행·상해가 7003건(71.0%)으로 가장 많았고, 체포·감금·협박 1067건(10.8%), 성폭력 84건(0.9%), 살인 35건(0.4%)으로 중범죄에 해당하는 비율이 83.1%나 됐다. 경범 등 기타는 1669건(16.9%)이었다.

또 성인의 절반 이상은 연인에게 한 번 이상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이 경기도의 만 19∼69세 성인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54.9%가 최소 한 번 이상 데이트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들 가운데 69.1%는 사귄 지 1년 이내에 데이트폭력을 처음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트폭력 상대자와 결혼한 사람의 비율도 38.0%에 달했다. 특히 여성의 경우 절반에 가까운 45.0%가 데이트폭력을 가한 사람과 혼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매년 데이트폭력 문제가 반복되지만, 관련 대책 마련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데이트폭력의 정의나 기준이 모호할 뿐 아니라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데이트폭력을 연인 간 사소한 사랑싸움 정도로 인식해 문제 해결에 적극적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크게 작용한다.

데이트폭력은 반의사불벌죄... 합의하면 땡

지금까지 국회에 여러 차례 데이트폭력 관련 법안이 등장했지만, 제대로 논의가 이뤄진 적은 한 번도 없다. 지난 20대 국회까지 총 6건의 데이트폭력 관련 법안이 상정됐지만, 번번이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 수순을 밟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재 데이트폭력 사건은 기존 형법 안에서 다뤄진다. 형법의 경우 '반의사불벌죄'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가해자와 합의만 하면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 

실제로 최근 3년간 데이트폭력 가해자의 형사입건 수는 2017년 1만303건, 2018년 1만245건, 지난해 9868건으로 감소세를 보이며 증가세인 신고 건수와 대조되는 모습을 보였다.

피해자 보호 위한 법적 근거 하루빨리 마련해야

전문가들은 일반 폭력과 데이트폭력의 차이점을 인정하고 피해자가 추가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데이트폭력은 피해자의 대부분이 절대적 약자인 여성이라는 점에서 일반 폭력과 다르다"며 "현재 그냥 형법을 적용하다 보니 법이 느슨해 데이트폭력 가해자가 합의만 하면 그만이라는 인식을 갖도록 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경찰이 피해자를 위한 임시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가정의 범위를 동거 연인까지 포함하는 방안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국회에서 여러 차례 논의된 '스토킹 방지법'이 하루빨리 통과돼 경찰이 피해자 보호 명령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만들어 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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